5장 무화과나무의 비유

1. 비유를 말씀하실 때에는 진리도 함께 말씀하심

예수님께서 복음을 전하실 때 비유를 사용하신 경우가 많다. 그런데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비유를 연구해보면 공통점이 있다. 비유를 사용하실 때 반드시 전하려는 진리도 함께 알려주셨다. 다시 말해서 전하려는 진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비유를 사용하셨다는 것이다.

물론 예수께서는 악한 자들에게 진리를 감추기 위해 일부러 비유만 사용하신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 할지라도 제자들에게까지 진리를 비밀로 하신 것은 아니다. 대중에게 말씀하신 비유에 대해 제자들 앞에서는 그 비유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진리를 다시 설명하시곤 하였다.

[13:10-11] 제자들이 예수께 나아와 가로되 어찌하여 저희에게 비유로 말씀하시나이까 대답하여 가라사대 천국의 비밀을 아는 것이 너희에게는 허락되었으나 저희에게는 아니되었나니

위 장면은 대중에게는 비유로만 하시고 제자들 앞에서는 비유에 담긴 진리를 숨기지 않으신 대표적인 사례이다. 예수께서 바닷가에서 씨뿌리는 비유를 말씀하셨을 때 어떤 진리를 전하려는 것인지 공개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제자들에게는 그 뜻을 자세히 풀어주셨다(13:13-30).

이와 같이 예수께서 비유를 주셨을 경우 그 비유가 어떤 진리를 전하려는 것인지 성경 속에 병렬적으로 나타나 있다. 무화과나무의 비유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에 들어있는 비유의 참뜻을 외면한 채 그와는 달리 비유를 해석한다면 자의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2. 비유와 그에 담긴 진리를 말씀하시는 두 가지 다른 방식

예수님께서 비유를 사용하실 때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전하려는 진리를 먼저 말씀하시고 나서 비유를 통해 더 실감나게 진리를 이해하도록 보완하실 때가 있다. 그 반대로 비유로 먼저 말씀하시고 나중에 비유를 풀어주면서 진리를 전하는 경우도 있다.

앞에서 소개한 씨뿌리는 비유의 경우에는 두 번 째 경우에 속한다. 대중 앞에서 먼저 비유를 말씀하시고 나중에 제자들 앞에서 그 비유에 담긴 진리를 자세히 해설하여 주셨다.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비유의 뜻을 아는 데는 문제가 없다. 두 경우 모두 예수께서 사용하신 비유의 뜻을 알려면 성경에서 그 전후 문맥을 살펴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무화과나무의 비유는 첫 번 째 경우에 해당한다. 진리를 먼저 말씀하셨고, 말씀하신 진리를 실감나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주신 경우이다.

3. 무화과나무의 비유에 담긴 메시지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주셨을 때 전후 문맥을 살펴보면 앞에서 설명한 원칙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제부터 무화과나무 비유의 앞뒤 문맥을 살펴보자.

[24:29-31] 그 날 환난 후에 즉시 해가 어두워지며 달이 빛을 내지 아니하며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하늘의 권능들이 흔들리리라. 그 때에 인자의 징조가 하늘에서 보이겠고 그 때에 땅의 모든 족속들이 통곡하며 그들이 인자가 구름을 타고 능력과 큰 영광으로 오는 것을 보리라. 저가 큰 나팔소리와 함께 천사들을 보내리니 저희가 그 택하신 자들을 하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사방에서 모으리라

[24:32-33]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배우라 그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를 내면 여름이 가까운 줄을 아나니 이와 같이 너희도 이 모든 일을 보거든 인자가 가까이 곧 문앞에 이른줄 알라

예수님께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29-31)는 종말과 심판이었고 임박한 종말에 대한 징조였다. 그리고 징조 후에 연이어 도래할 종말과 심판의 연속성에 대해 무화과나무의 비유(32-33)를 통해 좀 더 실감나게 설명하셨다.

예수께서 밝히신 종말의 징조는 참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두렵고 놀라운 것이었다. 창조 이래 겪어보지 못한 우주대격변이 일어날 것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예수께서는 실감하기 어려운 종말의 징조에 대해 듣는 자로 하여금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비유를 해주셨다.

종말과 심판이 도래하기 직전에 우주대격변이라는 징조가 나타나는 현상에 대하여 두렵고 놀라운 일로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마치 여름이 도래하기 직전에 나무에 잎이 나고 싹이 나는 것과 같이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4.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사용하신 목적

예수께서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징조와 종말(일어날 사건)이다. 일월성신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징조, 예수께서 강림하시고 온 세상이 심판을 받아 종말을 맞는 것은 일어날 사건이다. ‘징조일어날 사건사이의 관계에 대해 무화과나무의 비유가 사용되었다.

따라서 무화과나무의 비유도 징조와 일어날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화과나무의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를 내면은 징조이고, “여름은 일어날 사건이다.

예수께서는 징조일어날 사건사이에 필연적, 즉시적, 절대적 상호관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비유를 사용하셨다. 일월성신의 변화, 즉 우주대격변이 일어나면 주의 강림과 마지막 심판 그리고 지구 종말이 임박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말씀이다. 무화과나무에 잎이 나고 싹이 나면 여름이 온 것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듯이 일월성신의 변화가 있게 되면 심판과 종말을 피할 수 없는 때가 되었음을 의심치 말고 받아들이라는 말씀이다.

5. 무화과나무는 중근동 지방에 흔하게 자라는 대표적인 수종일 뿐

무화과나무 비유에서 나무와 계절의 변화가 비유의 핵심일 뿐 무화과라는 나무의 종류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무화과나무라는 종류가 어떤 다른 것을 상징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해석하려고 시도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같은 비유를 기록할 때 누가복음에서는 나무의 종류에 초점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21:25-28] 일월 성신에는 징조가 있겠고 땅에서는 민족들이 바다와 파도의 우는 소리를 인하여 혼란한 중에 곤고하리라. 사람들이 세상에 임할 일을 생각하고 무서워하므로 기절하리니 이는 하늘의 권능들이 흔들리겠음이라. 그 때에 사람들이 인자가 구름을 타고 능력과 큰 영광으로 오는 것을 보리라. 이런 일이 되기를 시작하거든 일어나 머리를 들라 너희 구속이 가까왔느니라 하시더라

[21:29-31] 이에 비유로 이르시되 무화과나무와 모든 나무를 보라. 싹이 나면 너희가 보고 여름이 가까운 줄을 자연히 아나니 이와 같이 너희가 이런 일이 나는 것을 보거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운 줄을 알라

비유에 보면 무화과나무와 모든 나무를 보라고 되어 있다. 무화과나무 한 종류에만 적용되는 비유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어떤 나무라 할지라도 나무에 싹이 돋아나면 계절적으로 여름이 온다는 것이 비유의 핵심이다. 예수께서는 이 비유에서 나무의 생장과 여름이라는 계절의 관계를 드러내고자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이 무화과나무가 이스라엘 나라를 상징한다며 이 비유를 달리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해석은 별로 성경적인 근거를 찾기 힘들다. 설사 억지 해석을 통해 무화과나무가 이스라엘 나라를 상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비유에서는 그런 뜻으로 해석할 수 없다. 왜냐하면 예수께서 비유에 앞서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를 말씀하였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비유를 사용하실 때마다 전후 문맥을 살피면 반드시 그 비유가 전하려는 원뜻을 담은 메시지가 나타나 있다. 일월성신의 변화라는 우주대격변 현상과 최후심판이 바로 그 메시지이다.

누가복음의 무화과나무 비유에 보면 자연히 아나니라는 표현이 있다. 왜 이런 표현을 사용하셨는지 비유의 목적이 더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나무의 생장여름이라는 계절의 절대적인 필연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이를 통해 일월성신에 나타나는 징조와 마지막 심판이라는 사건의 연속성을 가르치신 것이다.

6. 모든 나무 중에서도 무화과나무를 특별히 거론하신 이유가 따로 있을까?

이스라엘 땅에 흔하게 자라는 나무 중의 하나가 무화과나무와 올리브나무이다. 예수께서 가버나움이나 예루살렘에서 대중들에게 복음을 전하실 때 어디서나 흔하게 눈에 띄는 나무 중 하나가 무화과나무였을 것이다. 예수께서 사용하신 비유는 평범한 백성들이 진리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예수께서 비유를 사용하실 때는 항상 백성들의 삶과 밀접한 소재들을 사용하시곤 하였다. 들판에서 설교하실 때는 백합화나 새들을 비유에 등장시키셨고, 갈릴리 어부들에게 말씀하실 때는 고기 잡는 일을 비유에 등장시키기도 하셨다.

때로는 남녀노소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혼인잔치를 비유에 등장시키셨고 씨뿌리는 농사일이나 포도원을 자주 비유에 등장시키기도 하셨다.

이러한 예수의 평소 모습을 염두에 둔다면 예수께서 나무를 소재로 비유를 하실 때 가장 흔하게 눈에 띄는 무화과나무를 들어 비유하신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기에 무화과나무라는 나무의 종류에 무슨 특별한 뜻을 담아 비유하신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

오늘날 무화과나무가 이스라엘 나라를 상징하고 무화과나무의 싹이 나고 잎이 난다는 것은 이스라엘 나라의 독립을 의미한다며 이스라엘의 독립과 함께 재림예수께서 오셨다는 식의 주장은 비유해석에 있어서 논리의 비약이 너무 과한 셈이다.